창업과 나이
창업과 나이
  • 홍용웅
  • 승인 2017.09.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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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말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경구도 있다. ‘청춘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시 구절은 나이 들어감을 위무한다. 그러나 직업전선에서 나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특히 예체능은 조기교육이 필수여서 뒤늦게 일만 시간을 투입해도 어린 천재들의 통통 튀는 재기를 따라잡긴 어렵다. 궁정악장 살리에라가 괴물악동 모차르트를 뼛속까지 질시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창업에도 나이가 있을까?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용어가 주는 발랄한 어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창업은 중장년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에 창업 바람이 불고는 있으나, 현실과 괴리가 없지 않다. 우리 도에도 창업선도 대학이 3개나 있지만, 첨단기술에 터 잡은 청년 벤처기업가를 다수 양성하기엔 역부족이다.

 진정한 기술기반의 벤처창업은 이공계 교수나 박사급 연구원 정도는 돼야 가능한데, 이들이 신이 내린 그 좋은 일자리를 팽개치고 곤고한 창업의 험로를 선택할 리 만무하다. 결국 대학은 기술창업과 생계형 창업 사이에 ‘너트 크래커’처럼 끼어 있는 어정쩡한 형국인 듯하다.

 한편, 4~50대 중장년층에게 창업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가족부양의 책무가 끝나지 않는데다 자꾸 늘어만 가는 기대수명은 제2, 제3의 일터를 강요한다. 어지간한 명문대 졸업자도 고용절벽에 처해 있는 지금, 시니어들을 환대할 직장은 극히 드물다. 쫓기고 쫓겨 다다른 곳은 창업의 벼랑 끝, 위험을 다분히 알면서도 우선 살기 위해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퇴자들은 대부분 반신반의와 불확실성 속에서 창업을 감행한다. 무한경쟁의 정글을 헤쳐 가는 이들에게 그러나 실패는 허용되지 않는다. 청년기의 실패는 약이 될 수 있지만, 중장년기의 실패는 병이다. 개인 파산에 더해 가족 해체의 비극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통상진흥원이 4050 행복창업 교육을 해병대 훈련처럼 ‘빡세게’ 진행하는 것도 실패를 미연에 방지키 위해서다.

 글의 본지로 돌아가 창업에 나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나이를 잣대로 성패를 예단하긴 싫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실패해도 재기할 뒷심과 시간이 있는 젊은 시절에 창업하는 게 정석이다. 나이들 수록 전쟁 같은 창업보다는 평화스런 취업이 바람직하다. 전북 일자리 종합지원 센터에서 중장년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어르신들의 일자리 주선에 진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하튼 창업의 이상형은 젊은 나이에,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거꾸로, 나이 들어, 한창 유행하는 아이템을 좇아, 죽지 못해 하는 모방창업, 묻지 마 창업은 미래가 없다. 만약 중장년 창업이 불가피하다면, ①대박을 노리지 말고, ②잘 아는 아이템으로, ③젊은 사람들보다 두 배 이상 준비기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난주 전북도와 경제통상진흥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사업을 유치하는 개가를 올렸다. 3년간 7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청장년 간 공동창업을 지원하게 된다. 한 마디로 지혜와 패기의 융합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 사업을 계기로 나이를 초월한 세대 간 협업과 상호존중에 터 잡은 창업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홍용웅<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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