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의 언어와 인지분석 ‘인지문체론’
텍스트의 언어와 인지분석 ‘인지문체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8.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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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천 교수가 옮긴 ‘표절, 남의 글을 훔치다’
 전북의 연구자들이 옮긴 특별한 주제의 서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대 국문과 양병호 교수와 3명의 시문학 연구자들이 번역한 ‘인지문체론(한국문화사·3만5,000원)’과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박동천 교수가 옮긴 ‘표절, 남의 글을 훔치다(모티브북·2만5,000원)’가 그 것.

 ‘텍스트의 언어와 인지 분석’이라는 부제를 단 ‘인지문체론’은 양병호 교수를 비롯해 유인실, 이승철, 이강하 등 전북대 시문학 팀이 지난 3년간 매주 모여서 연구한 끝에 나온 결실이다.

 이 책의 공동 번역자들은 원저자의 문화권에서 인지 관련 학문이 태동할 즈음부터 번역과 실천 비평을 병행하며 한국의 학계에 발빠르게 인지 이론을 소개해 왔다. 초기 이론에 대한 일부의 오해와 오용을 바로잡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관련 논문과 번역서를 생산하면서 아낌없는 시간을 투자해 왔다.

 이번에 발간된 번역서는 인지시학 역사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총 12명의 원저자들은 동일한 이론에 대해서 길항하기도 하고 교차하기도 하면서 서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데, 대상의 상대성에 집중하고 해석의 자유를 존중하는 인지시학의 특성과 책의 구조가 서로 닮았다.

 전북대 시문학 팀은 “인지시학의 초기이론인 개념은유에 대한 저자들의 논지는 분분하다. 학문이 성숙해짐에 따라서 변증법적인 충돌이 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면서 “이러한 이론적 양상은 인지시학이라는 용어가 이제 막 보편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인지시학이 맞이하게 될 가까운 미래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역사주의 비평은 가치 판단에 이르는 텍스트 구조를 설명하지 못하는 반면 구조주의 비평은 과정은 논리적이지만 결과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지 못한다”면서 “인지시학은 구조와 의미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이다”고 덧붙였다.
 

 ‘표절, 남의 글을 훔치다’는 한국 사회에서 최근 10여 년 사이에 부쩍 늘어난 표절 논란 속에서 유용한 재료가 될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맬런은 영문학의 역사에서 표절과 관련해 몇 개의 사례를 골라 상세하게 다루면서 몇 가지 패턴을 제시한다.

 표절범들의 변명에서 하나의 패턴을 볼 수 있는데, 문장의 일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잡아떼고,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일치가 드러나면 필기장 또는 무의식적 기억을 핑계로 대고, 그래도 안된다면 글 전체에서 표절은 일부였다고 변명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17세기에 표절의 기본이 발생하게 된 연유, 빅토리아 시대 소설가로 국제저작권 제도의 옹호자이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표절범이었던 찰스 리드의 허황한 삶과 작품, 젊은 역사학 교수의 저술 상당수가 표절의 결과였으나 전문가들이 표절이라는 판정을 내리지 못했던 사회적 상황 등을 충실하게 밝히고 있다.

 옮긴이 박동천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표절과 표절이 아닌 것을 분간하는 시선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영향이든 차용이든 모방이든 형태와 정도에 따라 표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표절에 관해 더 많은 관심과 논의가 일어나는 데 일조할 수 있겠다 싶어서, 영문학 전공도 아닌 주제에 책을 번역했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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