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이 아닌 내 인생 가꾸기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이 아닌 내 인생 가꾸기
  • 이길남
  • 승인 2017.08.2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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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는 습관을 들여보자
  벼이삭이 초록에서 연두로 변하더니 이젠 노란빛을 띄면서 고개를 수그리기 시작한다.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 새 들판이 진초록은 간 곳 없고 연두와 노랑연두로 달라져 있다. 비가 내리고 햇빛이 내리쪼이고 바람이 부는 사이에 곡식은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곡식이 익어가니 들판에 허수아비가 여기 저기 보인다. 요즘에는 커다란 매를 닮은 새 모형이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려 참새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새를 쫓는 방법도 다양해서 반짝이는 줄을 이리 저리 치기도 하고 줄에 중간 중간 깡통을 매달아 소리가 나게 하기도 한다.

  애써 지은 농사를 지키고자 농부들은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파란 하늘이 아스라이 높아지고 새하얀 뭉게구름이 이리 저리 뭉쳐 돌아다니는 가을이다.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가 지나고 보니 누렇게 익은 호박덩이도 보이고 참깨도 어느 새 수확을 하느라 베어져 있다. 시간은 참으로 빨리도 흐른다.

  여름방학도 끝나 개학을 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2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교실에 앉아 책을 펼치고 수업을 하는 모습들이 어른스럽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뿐인데 그새 키도 컸고 얼굴표정이 달라졌다. 똑같은 아이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진지하다.

  예전에는 과목마다 공책을 준비하고 다니면서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내용을 보고 베끼기도 하고 공책 검사를 받기도 했었다. 또 숙제장이 따로 있어 날마다 숙제를 해가는 것이 일상이었고 일기장 또한 날마다 검사맞는 것이 보통이었다.

  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정말 많은데 인권보호, 사생활 침해라는 말이 나오면서 학교에서는 일기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한 일기장 검사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아이가 쓰는 일기에 고스란히 가정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언짢아하는 학부모는 물론 사춘기에 들어서기 시작하는 3학년 아이만 되어도 자신의 일기장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어한다. 하지만 아이에 따라 담임 선생님이 자신의 일기장을 보고 대화하듯이 한 줄씩 토를 달아주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선생님의 댓글을 기대하면서 일기를 쓰고 검사받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일기쓰기는 자신이 보낸 하루를 되돌아보고 특별한 일이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좋았던 일에 대한 기분좋은 행복감을 다시 누려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좋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는 반성과 함께 반복하지 않으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성장을 위한 꼭 필요한 활동이다.

  자유롭게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일찍부터 키워주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활동이다.

  내 아이가 일기쓰는 습관을 통해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이 아닌 내 인생을 잘 가꾸어가는 법을 터득해가도록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이길남 격포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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