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자
지구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자
  • 임희종
  • 승인 2017.07.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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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와 영어 연극으로 한 영어캠프
  지능정보사회의 창의적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멘토, 학습코치, 학습 컨설턴트로서 학생들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능동적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미래 교사는 이해역량, 수행역량을 넘어 협동역량(관계 형성, 의사소통, 공동작업, 갈등관리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재영 외, 2013)

  우리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비아냥거림을 흔히 듣곤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기존 정치권에서도 자주 사용하였지만 바로 성과가 곧바로 나지 않는 이 분야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 경직된 학교제도, 표준화된 교육과정, 경쟁적인 상대평가, 규격화된 학교 시설이 현재의 학교라면, 미래의 학교는 유연한 학교제도,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학습자 중심 평가 체제, 지능정보형 학교시설을 지향하고 있다. 2015 교육과정도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처하기 위해 출현한 하나의 방법론일 터이다.

  우리 학교는 몇 년 전부터 여름방학에 방과 후 학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학생 스스로 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가정에 모든 권한을 부여(?)한 샘이다. 대신 겨울방학 때 부족한 과목의 학습은 좀 길게 집중하여 방과 후 학습을 운영한다. 그리고 학교는 여름방학 기간 중 스스로 지원하는 학생과 함께 통일 기행과 영어캠프, 인문학대회 참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 영어캠프는 16년 동안 원어민과 함께한 실용적 영어학습 프로그램이다. 올 영어캠프는 17번째로 1박2일간 덕암에너지 자립마을에서 가졌다. 수업에서 접하기 힘든 영시와 연극체험 캠프. 기획은 선생님들이 했지만 사회와 모든 진행은 학생들이 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대화와 표현을 영어로 해야 한다. 참가학생들은 모둠별로 W. Shakespeare, J. Donne, W. Wordsworth, T. Hardy, W.B. Yeats, R. Frost 등 르네상스부터 20세기 미국 시까지 대표적 시를 읽으며 영시에 푹 빠져본다. 영시를 외워 낭송하는 일이 학생들에게 좀 어렵고 서툴기는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성취감을 맛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은 흥미진진한 영화 관람이다. 아서 밀러의 『Death of a Salesman』(세일즈맨의 죽음)을 원어로 관람하고, ‘2~3페이지 정도의 대사를 연기하기’ 미션이 주어졌다. 작품 속 들여다보기가 시작이다. 주인공 윌리는 1950년대 미국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표상이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그의 삶은 달라진 게 없을 뿐 아니라 산업사회의 비정함은 그를 자살로 귀결한다는 비극적 현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조별 친구들이 모여 전체 작품 중 일부를 정하고, 배역에 맞게 대사를 외우느라 새벽까지 시끄럽다.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쪽지를 보며 대사를 외우고 있다.

  연극 발표시간! 1950년대 당시 사회로 돌아가 그 정서를 몸으로 표현하기, 억양과 발음을 최대한 살려 연기하기를 15분 동안 평가 받는 시간이다. 심사 기준은 준비 정도, 영어 표현력, 연기력 등으로 정하고, 심사는 영어 선생님 세분이 맡기로 했다. 한 학생은 배역의 대사 중 16문장을 거뜬히 소화하여 연기하였다. 물론 박수가 터졌다. 멋지게 연기한 친구들에게는 힘찬 박수로 환호해주고, 실수한 친구한테는 격려를 보내주었다.

  “힘들었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니요, 참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가하고 싶어요.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었지?” 예, 친구들과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대사를 주고받고, 잘못하는 대목은 서로 고쳐주며 밤새 연기에 흠뻑 빠져서 보낸 것 같아요.

  그렇다. 학생들을 주체로 세워주고 자존감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은 학생들도 흥미로워하고 열심히 참여한다. 휴대전화에서 해방된 환경, 일상에서 벗어난 학교 밖 공간도 필요한 듯하다. 지구촌 시대, 우리 학생들이 미래의 창조융합형 인재로 각종 문화유산을 향유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은 학교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 없이는 이런 프로그램 기획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학생들과 1박2일 동안 함께 하면서 삶으로 가르치고 나눈 선생님들께 감사드릴 뿐이다.

임 희 종(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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