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수업, 공부의 길을 열다
통섭의 수업, 공부의 길을 열다
  • 임희종
  • 승인 2017.07.13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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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톡 튀는 창의적 발상을 학교에서 키워줄 수는 없을까? 거기에 덧붙여 이런 생각들을 좀 더 깊이 천착해 들어갈 수 있는 발문은?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배우는 재미와 깨닫는 환희를 동시에 터득하게 할 묘책은 없을까? 혼자 읽기를 넘어 함께 읽기, 거기에 선생님과 함께 읽고, 더하여 그 분야에 정통한 여러 선생님과 다양한 접근을 통해 깊게 읽기와 넓게 읽기가 가능할까? 그리고 실제 현장수업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의문점을 갖고 있던 터에 전북지역 수석교사들이 기획한 <청소년들아 연암을 만나자, 열하일기> 통섭·융합수업을 통해 그 해법을 찾은 듯하다. 우리 학교는 2차고사를 끝낸 이번 주 월요일부터 독서토론동아리 학생들과 책 속에 흠뻑 빠져드는 학습 체험을 하고 있다.

  먼저 학생들에게 『열하일기』(박지원)를 읽도록 했다. 읽고 질문꺼리를 만들어보게 하고, 선생님들은 전공영역별로 특강을 준비하면서 팀티칭, 월드카페, 비주얼씽킹, 하브루타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흥미롭게 수업 전개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열하일기』는 문학적으로 뛰어난 여행기이며, 자유로운 영혼(?) 당대 최고의 지식인 연암 박지원의 고민이 엿보이는 작품이어서 이야깃거리가 많다.

  첫 강의는 지리와 역사선생님의 팀티칭,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수도 변천 과정, 왜 우리나라의 수도는 ‘국내성-평양성-개성-한양-세종’, 아래로만 내려왔는지?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영토와 외교, 특히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위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조선 선비들이 가졌던 사대주의 정신은 어쩌면 현재 군사작전권 환수를 포기한 우리의 모습을 어쩌면 이렇게 닮아 있는지?

  하브루타 수업은 사실질문, 추리질문, 상상질문을 만들고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다. 각 학생들의 견해가 뚜렷이 대비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교환되면서 지식의 간섭이 일어나고 지적 공유가 이루어졌다. ‘열하일기’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수학을 천착해보는 일도 흥미로웠다. 당대 영의정이었던 최석정(1646~1715)은 수학 저서 『구수략』에서 세계 최초로 9차 직교라틴마방진을 만들었는데 세계적인 수학자 오일러의 발견보다 60여년 앞섰다는 시실을 알게 된 것은 한민족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좋은 공부였다. 홍길주(1786~1841)가 뺄셈과 나눗셈만으로 제곱근을 구하는 방법을 독자적으로 알아냈다는 사실도.

  조선시대 복색 문화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방색 중 백성에게 금지된 ‘적색’,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옷감 색, 그러나 결혼식 때 만큼은 예외로 하여 적색의 옷을 입게 한 이야기며, 사신들의 오방색 옷은 청나라인이나 일본인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사실, 그 당시의 한류열풍을 보는 듯 설명하시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학교의 위기를 말할 때만다 등장하는 경직된 학교제도, 표준화된 교육과정, 경쟁적인 상대평가, 규격화된 학교시설 등. 아직 학교 환경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적합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역량중심의 교육을 통해 미래산업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을 키우기에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미래 창조 융합형 인재는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가르치기와 배우기가 맞부딪치면서 감성지능, 신체지능, 사회정서지능, 상황맥락지능 등을 조화 있게 키우는 데서 길러진다.

  한참 학생의 견해를 듣던 한 수석선생님의 말, “야, 난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너 뭐야!” 그렇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뛰어넘어 새로운 견해를 가진 청출어람의 학생도 있다. 학생들에게 생각을 열어 공부의 장을 만들어주고, 못 오를 때 살짝 부추겨주어 오르게 하는 수업, 맘껏 자기 생각을 말하고 경청하는 통섭·융합의 감동적인 가르침과 배움에서 창조융합형 인재는 나올 터이다.

임희종 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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