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싶지 않았던 도시를 사랑하게 된 정현혜 양
오고 싶지 않았던 도시를 사랑하게 된 정현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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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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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의 한인사회>

짙은 색의 스커트를 입은 정현혜 양이 지하철 2호선 쉐쩌로(學則路) 출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사는 곳을 찾지 못할까 봐 미리 나와서 기다렸다.

 정현혜 양과 그녀의 가족은 지하철역 근처에서 살고 있었다. 집이 깨끗했고 실내 장식도 깔끔했다. 4년 동안 살면서 한국에서 갖고 온 물건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피아노는 예외였다. 피아노의 주인은 곧 정현혜 양이었고 그녀는 지금 난징예술대학교 음악학과 피아노전공 3학년을 다니고 있다.

 여섯 살부터 피아노를 배운 정현혜 양은 중학교 3학년 때 앞으로 피아노전공을 배우기로 결심하였다. 때문에 아빠가 우리 가족이 난징에서 몇 년 살아야 한다고 했을 때 몹시 실망했다. “저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고 있었고 1년 후에는 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정현혜 양이 말했다. 난징에는 어떤 전문 학교가 있는지 또 1년 후에 어떤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아버지가 난징으로 발령 났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같이 움직여야 했고 정현혜 양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징에 와서 정현혜 양과 그녀의 동생 둘은 국제학교에 입학하였다. 다행히 국제학교는 영어 위주로 수업해서 중국어를 배운 적이 없는 그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 1년 후 정현혜 양은 순조롭게 난징예술대 음악학과 피아노전공에 입학하게 되었다.

 “난징예술대 학생들이 정말 좋습니다. 제가 가끔 수업을 잘 알아듣지 못하면 노트를 빌려주곤 합니다.” 웃기를 좋아하고 성격이 명랑한 그녀는 학교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같은 전공의 친구도 있고 다른 전공의 친구도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한 남자애가 고백하기도 하였는데 그녀는 느낌이 없다고 거절하였다고 한다.

 매주 수업 시간 외에 그녀는 12명의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친다. “금요일에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나기 때문에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일반적으로 목요일 오후에 합니다.” 아이도 피아노도 사랑하는 정현혜 양은 비록 이것 때문에 난징 여러 곳을 뛰어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매우 즐기고 있다.

 난징에 같이 온 동생 둘 중에 형은 한국의 대학교에 입학하였고 동생도 올해 국내 대학으로 진학하려고 있다. 어머니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귀국 시간을 앞당겼다. 아버지도 내년이면 발령 시간이 끝난다. 하지만 정현혜 양은 혼자 남아서 대학원 시험을 계속 보기로 하였다. 합격하면 난징예술대에서 공부를 몇 년 더 하게 된다. 만약 합격하지 못하면 피아노학원을 차려 난징의 어린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계획이다. 처음에는 난징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떠나고 싶지 않다. “난징에는 먹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특히 열대과일은 정말 싸고 맛있습니다. 난징에는 괜찮은 일자리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몇 년 더 있다고 미래를 계획할 생각입니다.”

  장훼이칭·張會淸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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