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공고, 6·25참전 용사 모교명패 증정 행사
이리공고, 6·25참전 용사 모교명패 증정 행사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7.06.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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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명패를 받고 집에 가자마자 누워 계신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더니 말없이 눈가가 촉촉해지시더군요.”

 이리공업고등학교가 27일 6·25참전 용사 모교명패 증정 행사를 진행한 가운데 육사 8기이자 이리공고 1회 졸업생인 이봉현(88) 씨의 차녀 이은숙 씨는 아버지 대신 소감을 전했다.

 이봉현 중위는 평소 과묵한 성격으로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잘하지 않았다.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자녀들이 물어봐야 겨우 입을 떼는 그였다.

 이 중위는 이리공고 6회 졸업생이자 학도병 출신이며 낙동강 전투에 참전했다. 그는 이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의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그는 영양실조에 걸린 친구를 거뒀던 지난날이 가장 괴로웠던 일이라며 회상하곤 했다.

 “아버지는 ‘전쟁이 나면 모든 사람이 힘들고 살기 괴로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야’라는 말을 하셨어요. 당시의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버지의 표정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현재 아흔을 앞두고 위암 말기를 판정받아 가족들이 곁에서 간호를 해주고 있다.

 이은숙 씨는 “가장 위험했던 순간에 앞장섰던 분이 지금은 세월이 흘러서 하루에 3시간마다 한 끼 식사를 3시간마다 겨우 하고 있다”며 “아버지의 공덕을 절대 잊지 않고 끝까지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명패 수여식에는 제35향토보병사단과 이리공고의 주관으로 진행됐으면 사단장을 비롯해 익산시장 시의회의장, 익산교육지원청장 서부보훈지청장 등이 참석했다. 명패는 이봉현 씨와 고 정규성 씨가 받았다.

 고 정규성 대위는 육사 8기이자 이리공고 1회 졸업생으로 지리산 전투에 참전하다 실종됐다. 이날 행사에는 자녀 정영숙 씨가 대리 참석했다.

 이리공고 관계자는 “이번 증정식은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그 뜻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며 “이리공고 후배들에게 나라 사랑의 정신을 가르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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