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상품과 지역경제
전통문화상품과 지역경제
  • 임중식
  • 승인 2017.05.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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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지(韓紙)’는 내구성이 강해 오랫동안 보존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 우리 지역 ‘전주의 한지’는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상품으로 고려와 조선시대에 왕실의 진상품이었다. 생산량과 품질면에서 최고의 전통공예품으로 예로부터「동국여지승람」에는 전주를 상품지의 산지라고 하였으며,「여지도서」와「대동지지」는 조선시대 전주의 한지를 최상품이라고 기록하였다.

 ‘한지의 고장’ 전주에서 지난 5월19일부터 3일간 “전주한지, 온누리에 펼치다”라는 슬로건으로 한지문화축제가 열렸다. 한지패션쇼와 한지공예 체험 등 다채로운 한지프로그램이 펼쳐진 축제는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총 10만 명 이상 참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전주의 한지(韓紙)가 대중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 지역에 전통문화상품은 비단 전주의 한지뿐이 아니다. 예로부터 전라북도는 수많은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전통문화가 숨 쉬는 고장으로, 전통문화상품 역시 우리 지역 곳곳에 남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의 ‘한지’, ‘합죽선’과 더불어 남원의 ‘목기’, ‘옻칠공예’, 부안의 ‘도자기 공예’ 등 뛰어난 전통공예품이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을 계승한다는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계속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실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다수의 전통문화상품 장인들은 1인 생산체제로 인하여 생산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어 홍보와 판로확보에 집중할 여유가 없는 구조이다. 또한, 전통을 계승·발전해 나가야 할 젊은 층은 험한 길임을 뻔히 알기 때문에 배움을 기피하는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다. 현대의 과학기술과 신문물의 실용성과 편리성 때문에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상품이 대중들에게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통문화의 세계화와 산업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에 전통문화를 접목하여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망, 도매· 통신판매 등 다양한 유통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전통문화상품을 계승하며 현대적인 트렌드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은 여러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우리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켜오며 발전시켜온 장인들의 정신과 노력을 위하여 전통문화상품을 대중 속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조달청은 지난 99년도부터 전통문화상품 판로를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공공기관에서 기념품 등 각종 용도로 구매할 수 있게 전통문화상품을 정부조달물자로 지정하였으며,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전통상품 전시와 현장 판매 행사 등 전통문화상품을 알리기 위해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16년 기준 납품실적이 1,020개 품목에 23억 7천만원에 달하는 괄목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영세한 경영상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업체를 위하여 지난 16년 3월 ‘지역 전통주’에 이어 10월부터 ‘지역 전통식품’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되었다. 5만여 공공기관이 이용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전통주와 함께 고유식품이 판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통문화상품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민과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장인의 명품(名品)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판로 확대가 더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최고의 세계적인 것이 된다”는 말처럼 전통문화상품의 경쟁력은 우리 고유의 멋과 문화에서 나오는 것을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전통문화상품의 판로가 확대되어 대중화, 세계화된다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전승되어온 전통문화상품은 지역경제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문화상품은 과거의 단순 반복이 아닌 미래를 위한 가치의 재창조이다. 조달청은 전통과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통하여 우리 전통문화상품이 더욱 발전하여 대중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우리 지역 전통문화상품의 가치가 대중화, 세계화가 되어 지역 경제 발전에 한 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임중식<전북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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