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망(落望)18세를 낭랑(朗朗)18세로 바꾸는 참정권
낙망(落望)18세를 낭랑(朗朗)18세로 바꾸는 참정권
  • 안호영
  • 승인 2017.05.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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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대통령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촛불민심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또 다른 한 명은 임시정부시절 탄핵됐었고, 도 4,19혁명으로 인해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이들의 퇴진에는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4.19혁명의 도화선은 전북 남원출신인 17살 김주열 열사가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실종되고 끔찍한 주검으로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사건이었다. 또 3만 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20만 명으로 급증한 지난해 11월 5일은 수능을 앞둔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참석한 날이었다. 수능을 마친 뒤에는 더욱 많이 참여했다.

  역사에 기록된 청소년들도 수 없이 많다. 일제강점기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한 유관순열사도 당시 18세였다. 신라 무열왕때 황산벌에서 신라군의 용기를 고무시켜 승리로 이끈 이는 16살의 소년 관창이었다.

  이렇게 당당하고 자신의 의사가 분명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청소년들은 많지만 이 땅의 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선거권 행사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 로 낮추자는 논의는 1987년 6월 항쟁 직후부터 있었다. 실제 1948년 21세에서 20세(1960)로, 19세(2008)로 선거 연령을 낮춰왔다. 그러나 19세 아래로는 요지부동이다. 반대하는 이들은 청소년들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부족하고 부모나 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입시 공부에 전념하느라 정치를 잘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18세는 다른 나라 18세보다 어리석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중 33개 국가의 선거연령이 18세다. 오스트리아는 16세로 가장 낮다. 세계 234개국 중 한국보다 선거연령이 더 높은 나라는 레바논, 말레이시아, 오만 등 10개 국가 뿐이다. 한국 청소년이 외국보다 지적능력이 낮지 않다면 왜 유독 우리만 19세를 고집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현행 법률과 잣대가 다르다. 병역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의 첫날부터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된다. 민법 807조에 따르면 만 18세가 되면 혼인도 할 수 있다. 공무원임용법에 따라 18세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다. 그러나 18세 투표권은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지난 4월1일부터 5월9일까지 전국 6만75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이 뽑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이 2만 2백여 명, 전체 득표율 39%로 청소년 모의투표에서도 당선됐다. 2위는 심상정후보, 3위 유승민후보, 4위 안철수후보, 5위 홍준표후보 순이었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면 60만명의 유권자가 새로 유입된다. 이것이 특정 정당에 유불리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리당략에 따라 기본권을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4월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을 잊을 수 없다. 근로 청소년이건 학교 청소년이건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한국의 18세는 험한 가시밭길에 내몰리며 낙망(落望)18세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천만 명을 돌파한 60세 이상의 기성세대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의 대한민국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미래는 그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빛나고 명랑한 낭랑(朗朗) 18세를 돌려주는 방법은 참정권을 허락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안호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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