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 출생. 전북대 상대 졸업. 30여 년간 도내 내무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임함, 1988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하여 1990년 시집 <<나에게 쓰는 편지>> 외 15권을 발간하면서 전북문협 회원과 계간 <<문학사랑>> 편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시는 ‘물질 위주의 혼탁한 삶 속에서도 스스로 마음을 닦아 자연의 이법에 순응한 맑은 영혼의 시를 지향하고 있다.
나는
한 잎
낙엽이고 싶다
이른 봄
파란 잎새 피었다가
가을이면
떠날 줄 아는
한 잎
낙엽이고 싶다
-<낙엽>에서, 1990
‘파란 잎새’로 푸른 꿈 키우다가 때가 되면 겸허하게 ‘떠날 줄 아는∽낙엽이고 싶다’고 한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자연의 이법에 기꺼이 순응하겠다는 허정의 자세다. 절대 자연의 영원성과 그 앞에서 단 한 번 ‘피었다- 떠나는’ 유한자로서의 숙명적 한계와 안타까움을 ‘낙엽’에 비유하여 간결하면서도 담백하게 시적으로 승화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시에서의 ‘낙엽’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표상임과 동시에 유한한 인간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보기만 해도
맑아지던 마음
어머니 가슴에서
피어나던 꽃
고향집 어머니 찾아도
함께 가셨을까
가뭇없는 먼 길
ㅡ<박꽃> 전문, 2013
‘박꽃’이 주는 이미지만큼이나 시상이 맑고 향토적이다. 그만큼 그의 시는 소박하고 순수하며 그 중심에 ‘자연’과 ‘어머니’가 있다. 가식이 없는 맨얼굴 그대로의 시다.
눈 내리는 날이면
하늘 문 열리는 날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카페에 앉아
눈 내리는 정경 보면
눈과 마음 맑아진다.
-<눈 내리는 날> 전문, 2013
‘눈 내린 날이면’ ‘하늘 문아 열리는 날’ 그리하여 이날만은 ‘너와 내가 따로 없고’ 빈부, 상하, 귀천이 없다. 모두가 순한 백성들이 되어 어린애 같은 천심으로 돌아가 눈 내라는 정경과 하나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맑은 영혼으로 빚어낸/ 한 편의 시’ 그러나 아직도 ‘다 부르지 못한/ 마음의 노래’로 여전히 ‘가슴앓이’(<<가슴에 뜨는 별>> 서시, 2015)를 하는, 순백의 시심’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시 읽는 기쁨으로
눈을 닦는다.
시의 맑은 향기
그 여운으로
마음을 닦는다.
한 편의 시에서
새로운 소망의
별을 닦는다.
-<서시>, 2016
최근에 발간된 시집 <<부르고 ?은 이름>>에 실린 <서시>에서처럼, 그는 오늘도 시로써 ‘눈을 닦고’ 시로써 ‘마음을 닦으며’ 시로써 ‘새로운 소망’을 찾아 일신우일신하는 시선일여(詩禪一如)의 삶, 곧 수행자로서의 고독한 선풍을 보이고 있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