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구속과 법치의 정신
권력의 구속과 법치의 정신
  • 김종회
  • 승인 2017.04.0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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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주권재민에 대한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치의 정신을 간명하게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 또한 당연히 헌법 제1조 제2항을 벗어나 행사될 수 없는 국민을 위한 권력일 때만이 그 권한행사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할 것입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우리는 법치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권력은 어떻게 행사될 때 정당성을 인정받는지, 국민을 위해 행사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이 어떠한 것인지를 너무도 소상하게 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항권이 행사되는 전 과정에 스스로 참여하면서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정당하지 못한 통치 권력마저 무너뜨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통치 권력이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잘못 행사되고 있다며 질타를 받을 때, 과연 그 통치 권력은 어떻게 통제되고 국민 편으로 되돌아와야 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몇 가지 미진했던 법적 행위들을 살펴봄으로써 권력향유의 반면교사로 삼고자 합니다. 법적 가치의 실현이란 측면에서 아쉬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첫째, 통치 권력을 휘감고 있는 사람의 장막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 권력은 국민을 위해서 결코 행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절대 권력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로가 열려있지 않은 권력은 자기당착에 빠져 권력의 사유화를 합리화하려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첨꾼만이 통치 권력의 주변에 맴돌게 하는 주원인입니다. 권력의 사유화야말로 소통은 고사하고 민심의 변화를 전혀 듣지 못할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치 권력을 빼앗기고 인신마저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역사인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향유되는 절대 권력에 대한 책임을 져 멀리 내동댕이쳤기 때문에 권력이 자신을 좀먹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법적 행위가 결여된 통치 권력의 종말이 어떤지를 만천하에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법적 가치를 일깨웠습니다.

 둘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주요인으로 인식된 법적 가치는 물론 헌법적 가치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권력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논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국민과 권력자는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통치 권력을 잘못 행사하고 있는 대통령의 통치 권력에 대한 통제력은 누가 이끌어내야 합니까? 바로 국민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는 ‘그 국민’이야말로 통치 권력에 대한 최후의 통제자입니다. 이는 곧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을 권력자 스스로 무서워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소통할 수 없는 구중궁궐에 갇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깡그리 무시해 버렸습니다.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은 결과는 법리논쟁의 치열한 현장에서 바로 나타났습니다. 탄핵심판과정에서나 검찰과 특검의 심문에서조차 법적 가치실현이라는 치열함을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나 검찰에서 법적 가치를 희화화하려는 시도가 넘쳐났습니다. 법적 구속력을 무력화시키려면 오직 법적 논쟁만을 쏟아내도 모자랄 판에 법리적 일탈로 자중지란에 빠져버렸습니다. 그 결과 국민과 함께 걷지 않은 오만한 통치 권력은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장면을 목도함으로써 국민이 새기는 법적 가치는 되레 신장하였습니다.

 셋째, 탄핵에 이어 구속에 이르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행사했던 통치 권력이 왜 잘못되었는지 법치의 정신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재판에서의 변론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재인식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습니다. 일반 필부가 인신이 구속되고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최고의 변호인을 선임하기 위해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게 오늘의 법적 현실입니다. 하물며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재판에서 소위 잘 나가는 변호인 대신에 평소 알고 지내는 정치(?)변호인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그 결과는 예견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상황편의적인 감언이설이 앞설 뿐, 치열한 법리논쟁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적 인식은 뒤로 밀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듣기 좋은 소리만 들어서야 법적 치열함을 다투는 현장에서 결코 법리적 정확성을 드러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관점이 권력의 구속과 법치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것인지는 뒤로 하고, 필자를 비롯한 국민이 지난 수개월 동안 삶의 현장으로 가져온 법치의 정신으로부터 통치 권력의 구속과 이를 통해서 재인식의 가치를 드러낸 법치의 실현을 다시 한 번 가다듬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대로 된 법치야말로 국민생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보편적인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김종회<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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