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몰락과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
박근혜의 몰락과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
  • 이정덕
  • 승인 2017.03.2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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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월을 이어온 촛불시위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크게 발전시켰다. 매주 토요일 100만명 정도가 시위하면서 박근혜의 하야를 촉구했고, 의회가 탄핵을 미적거릴 때는 230만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의회가 탄핵을 가결하도록 만들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규모로 끈질긴 평화시위로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을 농단해온 대통령을 파면하는 모범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박근혜는 수많은 국정농단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온갖 적폐를 보여주었다. 청와대, 행정부, 새누리당,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언론, 기업, 관변단체 등을 불법적으로 동원하거나 통제한 상황이 많이 드러났다. 또한 각종 권력기관, 여당, 관리들이 소수를 제외하고는 국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임명한 또는 공천을 준 사람에게 충성을 바치는 나쁜 관습도 드러났다. 박근혜는 자신이 임명한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기대로 헌번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의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한법재판관들도 국민의 압도적인 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정치적폐의 가장 핵심은 여당, 권력기관, 관료, 기업, 관변단체들이 무조건 대통령의 말을 따르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주변 소수가 국가 일을 결정하고 청와대 비서실, 여당, 행정부, 권력기관은 이를 실행하는 친위대 역할을 하였다. 청와대 비서실, 여당, 각 부처,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더 나아가 일부 언론, 기업, 단체들까지 허수아비가 되었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과이며 또한 고위 정치인이나 관료들에게 민주적 의식이 없어서이다.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이 사라지니 야당이나 시민들도 더욱 결연하게 반대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대통령은 이를 제압한다고 불법적으로 여당과 권력기관과 관변단체를 동원하였다. 제왕적 대통령이 토론과 타협과 합리적 의사결정을 막고 국민을 지지자와 반대자로 분열시켜 반대자들을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아 자기 마음대로 국가를 주물러왔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의 개혁을 대통령 개인의 선의에 이를 맡길 수 없다. 구조적으로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이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대통령이 여당, 각종 권력기관, 언론, 기업, 단체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각 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공정하게 결정하고, 서로 상의하고 협조해서 일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정당의 공천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고, 국정원이나 검찰 등의 권력기관을 동원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기업과 유착하여 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불법화하고, 국정원과 검찰과 경찰과 국세청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고, 언론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감사원을 국회로 이전하고, 국정원에 대한 중립적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대외안보문제만 다루게 하고,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없애고,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고, 지방검찰과 지방경찰을 만들고, 세금을 대폭 지방으로 내려 보내 전반적인 분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각 기관이 대통령의 허수아비로서가 아니라 자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협의하면서 민주적으로 국가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낡은 국정운영체계와 정치체계를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서로 토론과 조율과 협조로 국가의 창의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주인이 아니다. 국민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선출한 사람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게 하는 것이 정치와 권력에 쌓여온 대한민국 적폐를 청산하는 핵심이다. 그러한 적폐가 사라질 때 국민들의 창의성도 적극 발현될 수 있고 경제도 훨씬 활성화된다. 다음 대통령은 적폐를 잘 찾아내고 제대로 바꿔서 모든 국민이 자랑스러워 할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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