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으며 떠난 여행
햇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으며 떠난 여행
  • 황의영
  • 승인 2017.02.27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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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겨울 초입에 초등학교동창 여행모임에 다녀왔다. 더 늙기 전에 좋은 곳 구경도 하고 만나서 정담도 나누자는 의도로 실시하게 됐는데 벌써 세 번째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발한 버스는 대전, 고향 진안, 전주를 거치며 친구들을 태우고 대나무의 고장, 담양으로 향했다.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1시30분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식사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혀 시장하지가 않다. 차 안에서 여러 가지를 먹었지만 햇콩으로 만든 두부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탄 친구가 갓 수확한 콩으로 당일 아침에 만든 뜨끈뜨끈한 두부를 한 상자 가지고 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적당히 눌린 두부는 씹는 맛도 일품이다. 이곳저곳에서 맛있다고 야단이다.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추수가 끝나면 햇콩으로 두부를 해 먹곤 했다. 노란 콩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간다. 맷돌에 간 콩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인다. 넘치지 않고 솥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주걱으로 계속 젓는다. 콩물이 끓으면 큼지막한 자배기 위에 발을 깔고 그 위에 삼베자루를 벌려 콩물을 퍼붓는다. 콩물은 자루를 빠져나가고 비지만 자루 속에 남는다. 나무집게로 자루 안에 남은 콩물을 마저 짜낸다. 콩물에 간수를 풀면 망울망울 뭉게구름 피어오르듯 엉키며 순두부가 된다. 그 광경을 볼 때 어린 마음에도 두부가 엉기는 순간 간수가 뭔데 콩물에 넣으면 왜 두부가 되는지 참으로 신기했고 의구심이 들었다. 뜨끈뜨끈한 순두부를 숫물과 함께 한 대접 떠서 양념장을 떠 넣어 먹으면 참 맛있었다. 베보자기를 깔고 엉킨 순두부를 퍼 담은 후 잘 여민 다음에 다듬잇돌을 올려놓으면 두부가 굳는다. 적절히 굳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두부모를 만들고 이를 다시 한 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썰어 김치와 같이 먹거나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참 맛있다. 나머지 두부모는 찬물에 넣어 보관한다. 부패하지 않도록 적당한 시간을 두고 물을 갈아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이런 두부는 조림하기도 하고 전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콩나물국이나 청국장, 김칫국, 떡국에 넣어서 먹어도 별미다. 만두소를 만들 때 넣어도 좋다. 두부가 훌륭한 건강식품이라 하여 요즘엔 두부전문음식점이 많이 생겨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것을 마트에서 사다 먹고 있다. 두부를 만드는 노란 콩은 우리나라와 중국 화북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졌다. 한반도에서는 5천 년 전에 이미 콩을 재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콩은 밭의 고기라 불릴 만큼 단백질이 풍부하다. 우리 민족에게는 쌀, 보리 다음으로 소중한 식량이었다. 콩으로는 두부뿐만 아니라 기름을 짜 식용유로도 활용한다. 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가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다. 청국장을 담가 먹으면 더욱 영양가 높고 맛있게 콩을 먹을 수 있다. 콩나물을 놓아 채소로 길러 먹을 수도 있다. 콩물을 만들어 두유라 하여 우유처럼 마시면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훌륭한 영양식이 된다. 이렇게 여러모로 유용한 식품으로 활용되는 소중한 콩을 재배하는 면적이 많이 줄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서는 보리와 밀을 수확한 밭에는 모두 콩을 심었는데 지금은 고향 마을에 가도 콩밭 보기가 어렵다. 콩을 옛날보다 더 많이 먹고 있는데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은 콩을 외국에서 사온다는 의민데 식용이나 가축사료용 등으로 사오는 데 드는 돈이 매년 20여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콩을 농민들이 심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게다. 가장 큰 이유가 콩을 심어봤자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은 콩을 재재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 거름하고 멀칭하고 심는데 손이 많이 간다. 순을 집는데도 손이 많이 간다. 콩은 순을 잘라주어야 꼬투리가 많이 달려 수확량이 늘어난다.

콩을 국내에서 많이 재배하여 국내수요를 충족하면 수입해오는 데 소요되는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 쌀이 남아서 여러 가지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논에다 콩을 재배하도록 정책을 전환했으면 한다. 일본에 가면 어디를 가든지 논에 콩을 재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쌀에 지급하는 직불금보다 논에 콩을 재재할 때 더 많이 직불금을 지급한다면 논에 콩을 많이 심을 것이다. 그러면 쌀이 남아도는 문제도 해결하고 콩을 사오면서 지불하는 외화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입되는 대부분의 콩이 유전자조작 콩이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국산콩을 장려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황의영<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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