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하다, 삼성의 구속
통쾌하다, 삼성의 구속
  • 이해숙
  • 승인 2017.02.2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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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은 일흔아홉살의 공룡, 삼성을 구속시켰다.

이 구속은 단지 삼성 이재용 한 사람의 구속을 넘어, 멈출 줄 모르고 날뛰던 자본의 욕망을 구속한 것이며, 그 자본 속에 기생하며 자신의 권력을 쌓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구속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기회를 제 손아귀에 넣고 대대손손 호가호위하려는 기득권들의 욕망을 구속한 것이다.

정유라에게는 3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도, 자기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들의 산재 불인정과, ‘이건희의 여자들’에게 건네던 ‘500만 원짜리의 삼성’을 구속한 것이다.

삼성반도체와 LCD공장에서 일한 노동자 중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일흔 명이 넘고, 백혈병, 뇌종양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백여 명이 넘는 삼성, 삼성서비스센터 협력업체 노동자가 에어컨 실외기 작업하다 사망했음에도 자기네 직원 아니라던 삼성, 핸드폰 만드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었음에도 단 한차례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삼성, 사촌형이 생활고로 자살하던 그 순간에도 이재용의 후계구도를 밟아가던 삼성을 구속한 것이다.

정상적인 기업처럼 자신들의 능력으로 국제 경쟁력을 키워가야 마땅했던 기업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대통령과 내통해서 뇌물을 건네고 그 대신으로 국민이 이룬 국가의 부를 자신들의 재산으로 환지하는 능력 없는 공룡기업 삼성을 구속한 것이다.

삼성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던 시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50년, 우리 땅 위에서 전 세계가 반으로 갈려 함께 싸운 우리끼리의 내전을 통해 온통 폐허가 된 잿더미 속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할 때, 1인당 GDP 67달러의 폐허 경제가 이승만 시대의 원조경제와 60년대 박정희 통제경제를 거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던 그 한복판에 삼성은 있었다.

우리 어머니들의 머리카락과 고추씨까지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내다 팔았고, 우리의 누나들은 학업을 포기한 채 공순이가 되어가면서, 삼성의 이익에 철저히 복무해왔다. 우리의 아버지들과 삼촌들은 열사의 땅 사막에서 몸을 부려 돈을 보탰고,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목숨 값을 보태 삼성의 부를 뒷받침 했다.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의 성장속도에 마치 우리 국민 모두가 선진국 국민이 될 것 마냥 들떴고, 어느 순간 삼성은 우리 국민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되어 있었고, 해외에서 만나던 삼성의 엠블렘은 한국 국민으로의 자부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었다.

그러나 더 클 것 없이 커져버린 공룡 삼성은 그런 국민들의 꿈을 집어삼켰다.

밝은 곳에서는 마누라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고 혁신을 주장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권력의 힘을 등에 업고 실력이 아닌 뇌물로 시장을 잠식해갔다.

그렇게 삼성은 정경유착의 최고봉, 신의 경지에 이른 정경유착의 달인, 세계 최강의 정경유착 원천 기술 보유 기업이 되어갔고, 현직 검사들에게 뇌물을 뿌린 정황이 녹음되어 공개되어도 처벌받기는커녕 조사조차 받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기자와 국회의원이 처벌되고, 삼성 공장의 직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백혈병에 걸리고 암에 걸려 죽어가도 삼성은 조사조차 받지 않는 공룡으로 변해버렸다.

지금 이재용의 구속은 부정한 기업인 한 사람의 구속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거대한 자본의 아방궁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을 상징하는 일대 혁명적 사건이다.

이재용의 구속을 넘어 독재와 자본이 만든 허위의식을 깨뜨리고, 자본에 점령당한 정치를 순수의지로 되살리는 일, 자본의 독점을 균점으로 바꿔내는 일, 타락한 특정집단에 향했던 국가의 가치가 국민 구성원 전체를 향한 가치로 되돌리는 이 모든 일이 촛불로 밝혀진 광장민주주의로부터만 나올 수 있는 국민의 명령으로 이뤄진 통쾌하고도 통쾌한 일들이다.

촛불만이, 국민의 명령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증거를 보인 셈이다.

이해숙<전북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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