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의 사죄와 대통령의 도리
이랜드그룹의 사죄와 대통령의 도리
  • 유장희
  • 승인 2017.01.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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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각종 중앙일간지에 이랜드 그룹은 “사죄드립니다” 라는 광고를 큼직하게 게재한 바 있다.

내용인즉슨 “이랜드 파크가 아르바이트 직원분들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너무 크나큰 잘못을 했습니다.”라는 진정성?을 담은 사죄의 글을 보면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수개월 동안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잠시 날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랜드 그룹은 1980년에 설립하여 패션·유통·외식·호텔·엔터테인먼트 등을 업종으로 성장한 글로벌 대기업으로 드라마 ‘송곳’과 영화 ‘카트’의 배경인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으로 영화 “카트”는 2007년 뉴코아와 홈에버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명이 대량으로 해고당하면서 발생한 무려 512일간의 장기파업 과정을 소재로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과 투쟁 실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세상의 부조리한 시선들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파헤친 고발성 영화로 기억된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랜드는 반성은커녕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알바노동자 4만 4,360명의 휴업수당·연장수당·연차수당·야간수당 미지급, 그리고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하는 ‘임금꺽기’수법 등으로 이랜드 파크가 운영하는 전국 21개 브랜드 직영점 360개 매장을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근로 감독한 결과 83억 7,20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지 않은 위법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장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랜드 그룹은 이랜드 파크 소속 아르바이트 노동자 1천명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5대 혁신안”을 내놓고 이랜드 파크 공동대표이사를 해임하고 나눔과 바름을 경영이념으로 뼈를 깎는 고통과 반성을 통해서 직원을 존중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랜드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이를 진화하기 위하여 내놓은 꼼수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백번 사죄해도 한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 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선이 임박했음을 감지하고 있는 잠룡(潛龍)들과 각 정당은 정권 탈환에만 혈안 되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천만 촛불민심에서 보여주듯이 대통령도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한순간에 헌신짝처럼 버림받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잠룡들은 본인 스스로 대권대열에서 즉각 퇴장하여야 한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의 엄청난 사건의 실체가 파헤쳐지는 이 시점에서조차도 직무 정지된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기습적인 기자간담회를 자청하여 “국정운영의 철학과 소신 있게 쭉 해온 일”이라는 등의 발언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로 이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 생각한다. 또한, 대통령 대리인단의 궤변과 억지 논리의 변론태도 역시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대리인단의 심리지연시도는 국정불안을 더욱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꼼수로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이랜드 그룹처럼 솔직히 지은 죄를 사죄하고 밝혀진 사실은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 늦었지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점을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장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북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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