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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헤치는 ‘치매’
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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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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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라는 용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결코 쉽지 않은 한자의 뜻을 찾아보면 이 용어는 어리석을 치(癡)에 어리석을 매자를 쓴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병이란 뜻이다.

치매의 영문 표기인 dementia를 보자. 라틴어에서 나왔는데, 아는 데로 분석해보면 de는 멀어진다는 또는 없다는 뜻이고, ment는 마음 혹은 정신을 뜻하고, ia는 병명에 붙이는 접미사이니 곧 정신이나 마음이 멀리 도망가는 병이란 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매는 마음과 정신이 원래 기능을 잃고 어리석어지는 병이라고 이해하였으니, 병명이 던지는 메시지가 무시무시하다.

이러다 보니 치매라는 병명을 바꾸려는 노력이 있었다.

일본은 2004년부터 치매를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없애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의 명칭을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치매라는 명칭이 내포하는 속 뜻에도 불구하고 이제 치매라는 병명은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하고, 개념도 어느 정도 명확하게 자리 잡아서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 꼭 병명을 바꾸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영국에서는 알츠하이머 협회를 중심으로 이런 논의가 있었지만, 병명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정리했다.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 치매 = 알츠하이머 병?

흔히 치매를 병명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몇 가지 증상들이 혼재해서 나타나는 증후군의 이름이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2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mmHg 이상으로 높아진 상태를 일컫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기준이 있다.

반면, 치매의 정의는 이러하다.

첫째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다.

둘째, 이런 인지기능의 저하의 영향으로 일상생활의 장애를 초래한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말하려면, 치매라는 증후군이 있는데 이 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 질병은 약 7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해야 옳다.

치매 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열거하자면 알츠하이머 병, 뇌혈관 질환(뇌졸중, 뇌출혈), 루이소체 병, 픽 병, 파킨슨 병, 헌팅톤 병 등이다. 우리가 치매하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떠올리는 것은 치매 증후군의 원인 가운데 알츠하이머 병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약 60-70%에 해당한다. 그리고 뇌혈관이 막히거나(뇌 경색) 터져서(뇌출혈)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약 15-20% 정도를 차지하니 우리가 접하는 치매 환자의 90% 정도는 알츠하이머 병과 뇌혈관 이상을 앓고 있다고 하면 틀림없다.


▲ 알츠하이머 병 = 대뇌에 이상 단백질이 축적되는 병

그렇다면 알츠하이머 병이란 무엇일까? 이 병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인데 자신의 이름을 병명으로 붙였다. 그는 정신병 증상과 기억장애가 빠르게 진행한 여자 환자의 뇌를 부검하면서 매우 특이한 점을 찾아냈다. 훗날 이 특이한 현미경적 소견은 신경반과 신경섬유덩어리로 일컬어지는데, 신경반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 밖에 뭉쳐진 것이고, 신경섬유덩어리는 타우라는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 안에 응집되어 형성된다.

이 두 가지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병 환자의 대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데 이 이상 단백질들이 결국 뇌 세포에 독성작용을 일으켜 신경을 손상시킨다. 알츠하이머 병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노화 과정이 아니고, 단백질 이상에서 오는 명백한 질병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고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짙은 혐의를 지우기는 힘들다. 지금도 유수 연구실과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의 총명한 연구자들이 이 이상 단백질의 생성을 막고 없애려고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 치매 증상

치매 환자를 다룬 몇 가지 영화와 책에서 치매의 증상들을 찾아보자. 정우성과 손예진 주연으로 잘 알려진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추억을 잊어버리는 여자 주인공과 그 과정을 지켜보는 연인의 이야기가 가슴 저리게 그려진다.

우리 고장 출신인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에서는 서울 사는 아들의 집을 찾아갔다가 행방불명 되고 옛 기억을 더듬어 아들을 찾아 배회하지만 결국은 객사하는 어머니와 이 과정을 추적해 가는 가족의 자괴감과 황망함이 애잔하다.

2015년에 개봉한 ‘스틸 앨리스’라는 영화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한 여 교수가 자신의 전공 분야를 강의하다가 강의 내용을 더듬으면서 기억력 장애를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의 치매를 인지하면서 불안해 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며, 발작적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같은 해 개봉한 ‘리멤버’는 치매로 기억이 완전히 망각되기 전에 가족의 원수를 찾아 복수의 길을 떠나는 노 신사의 이야기를 커다란 반전과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일생의 과업을 되새기기 위해 메모와 필기를 반복하면서 기억력 장애와 사투를 벌인다.

영화와 책에서 치매를 앓는 주인공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치매의 증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한가지는 기억을 비롯한 인지기능의 감퇴이다. 둘째는 불안, 우울, 망상, 환각, 해질녘 증후군과 같은 정신행동 증상이다. 그리고 셋째는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수반되는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저하이다. 모두 대뇌 신경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 치매의 올바른 이해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전라북도 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명일 광역치매센터장의 도움말을 들어본다. 

‘대장암이 4기 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암의 상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를 지레짐작할 수 있다. 암의 경우, 수술이 가능한가? 전이가 되었는가? 와 같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병의 단계는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치매의 경우는 어떠한가? 치매하면 일반적으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벽에 배설물을 바르는 장면을 연상한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말기 치매에서, 또는 치료가 방치된 매우 심각한 일부에 불과하다. 치매도 경도, 초기 단계에서 진단받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치매 단계는 건강기, 위험기, 경도인지장애기,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누기도 한다. 병을 단계로 나눌 때 이점은 분명하다. 각 단계에 따라서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다음 단계로 진행을 막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건강기에는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변화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기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우울증 따위의 위험 인자를 슬기롭게 조절해야 한다.

그래야 치매로의 이환을 막을 수 있다. 초기 치매에는 뇌 운동을 강화해 떨어지는 기억력을 회복하고 기억 보조도구를 활용하여 부족을 채워야 한다.

중기 이후부터는 정신행동 증상을 유의하고, 운전이나 사회 활동에 대한 조언을 구해야 한다. 후기에는 대부분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힘들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치매 환자를 위한 시설을 이용하거나 후견인을 세우는 문제, 사회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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