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고등학교 ‘풋사랑’ 동아리
순창고등학교 ‘풋사랑’ 동아리
  • 순창=우기홍 기자
  • 승인 2016.05.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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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순창에서는 조금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봉사단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화제다. 순창고등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풋사랑’ 동아리가 화제의 주인공.

 ‘풋사랑’이라면 아이들의 철부지 사랑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풋’은 영어로 ‘foot’ 즉, 발을 의미한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아직도 이 동아리가 어떤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면 최근 순창지역 요양원에서 지내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에겐 친손자보다 더 살가운 손자 또는 손녀가 된 순창고 동아리 풋사랑 회원들의 활동을 함께 눈여겨보자.

 ▷순수한 마음으로 전정한 봉사활동을 찾다

 대학입시에 봉사활동 시간이 의무화되면서 요즘 학생들은 누구나 봉사활동을 한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봉사활동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단순히 점수 채우기 식 요식행위로 생각하게 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실제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이 대부분 관공서 청소나 손쉬운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그저 확인증 받기 급급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이 되어 버린 게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것도 어른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부끄러운 교육 현실의 민 낯일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순창고등학교 풋사랑 동아리가 지역사회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풋사랑 동아리는 지난 2013년 최초로 결성된 이래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해가 갈수록 회원이 느는 추세다. 현재는 1학년 28명과 2학년 24명, 3학년 23명 등 모두 75명이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나눔의 의미를 배우고 있다. 풋(foot)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동아리는 어르신들의 발마사지를 중심으로 봉사한다.

 주로 지역 요양원 등 노인보호시설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봉사 대상으로 한다. 노인보호시설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저마다 이유는 있지만, 특성상 공통적으로 외로움을 마음에 안고 생활하신다. 자식과 손자, 손녀를 매일 보지 못하는 외로움이 가장 큰 마음의 병일 거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이런 어르신들의 친손자ㆍ손녀가 되기로 마음먹고 봉사단을 결성했고 방법을 찾던 중 발마사지가 혈액순환과 정신건강에도 좋아 어르신들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외로움도 덜어 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풋(foot)사랑 동아리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청소년 손에서 어르신의 발로 느껴지는 사랑나눔

 풋사랑 동아리는 어르신들의 발마사지를 주 활동으로 한다. 발은 보통 신체 부위 가운데 그다지 소중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온종일 걷고 일하면서 땀이 나고 이로 말미암은 노폐물이 발생해 냄새도 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발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노출하기 싫어한다. 바꾸어 말하면 발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 신체부위 중 하나다.

 동아리 회원은 요양원을 방문해 힘겨운 세파를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발을 먼저 씻겨 드린다. 그 첫 대면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마음이 녹는다. 그리고 아직은 여린 손으로 어르신들의 발을 정성껏 마사지한다. 여린 손이지만 어르신들의 피로를 풀어 드리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동아리에 가입하면 의무적으로 전문강사로부터 20시간 발마사지 교육을 받기 때문에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봉사활동 시간은 1회 1시간에서 2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우리 청소년들은 말동무도 되고, 정성껏 발을 주물러 주며 어느새 마치 친손자처럼 바뀐다.

 어르신들도 자신의 발을 마사지해주는 손자들의 모습에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가족의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 풋사랑 동아리의 봉사를 받아본 어르신들은 학생들이 떠나고 난 후 한참을 칭찬으로 일관하신다는 주위사람들의 전언이다. 동아리 회원들은 노인보호시설 주위 청소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봉사활동은 진행할수록 보람을 느껴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월 1회 이상 봉사에 나선다. 한 해에 12회가량을 어르신들의 손자 및 손녀가 되어주는 셈이다.

 ▷한 번의 진정한 볼룬티어 인생을 바꾼다

 성인이 되어서도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보통 어려웠을 때 도움을 받은 사람이거나 나눔의 기쁨을 체험하고 진정한 봉사활동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다. 풋(foot)사랑 동호회도 릴레이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리를 거쳐 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다시 풋사랑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거나 졸업해서도 풋사랑 동아리에 찾아와 함께 봉사에 나서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형식적 봉사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 변슬호(22. 송원대)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자신의 대학교에서 풋사랑 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찾아와 함께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변슬호 학생은 “고등학교 때 풋사랑 농아리 활동을 통해 진정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봉사정신을 배웠다”라며 “그때 환하게 웃어주며 마음으로 기뻐하시던 어르신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어 계속 봉사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체온에서 체온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봉사활동이 학생들의 인생에 나눔의 정신을 키워주는 것이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사회환경 변하는 우리들의 정신을 메마르게 한다. 세대와 세대 간 소통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같은 거대 담론일까. 아니다. 문제는 서로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다. 이런 현실에서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어르신을 존경할 줄 아는 마음을 몸소 실천하는 풋사랑 동아리회원들의 모습은 기성세대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준다.
 

 ■ 구본길 교장 “창조적 글로벌 리더로 키울 터”

 “사실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해줄 거라고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여기저기서 동아리 활동을 칭찬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 마음이 뿌듯합니다. 풋사랑 동아리 활동을 뒤에서 든든히 지원하고 있는 순창고등학교 구본길 교장의 설명이다.

 이어“대학입시가 전부가 되다시피 한 교육환경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지역사회의 따뜻한 등불이 돼가는 걸 보면 대견하기 그지없다”는 소감도 밝혔다. 또 “앞으로 학생들이 실력과 따뜻한 인성을 겸비한 창조적 글로벌 리더로 커 나가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구 교장의 봉사활동과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게 학교 측의 귀띔이다. 같은 학교법인인 순창북중학교와 순창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북중 교사와 교감에 이어 순고 교장직에 오른 그는 그동안 학생들의 실력향상은 물론 사랑의 연탄 나르기,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 등 자원봉사활동을 빠트리지 않았다. 또 인권 골든벨 등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도 책임지고 있다. 특히 교직원들이 장학금을 모아 학생에게 전달하는 등 순창고등학교 학생들이 나라의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교직자의 본보기라는 지역의 평가도 나온다.

순창=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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