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 봉림사지 복원 기대한다
후백제 봉림사지 복원 기대한다
  • 완주=정재근 기자
  • 승인 2016.05.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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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백제의 역사나 이를 창건한 견훤의 생애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전주를 도성으로 서기 900년부터 936년까지 만 36년 동안 존재하다 멸망한 후백제. 그 아픈 역사 재조명작업이 언제 제대로 마무리될지 아직도 미지수다.

 그러나 완주군이 고산면 삼기리 봉림골 일대에 위치한 봉림사지(鳳林寺址)에 대한 1차 발굴작업을 지난 27일 착수했다. 이 사찰발굴작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후백제 사찰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 일원에 있는 완주 봉림사지에는 여러 석조문화재가 남아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지주 시마타니에 의해 강제 반출되어 석등(보물 제234호)과 오층석탑(보물 제276호)이 군산 발산초등학교에 위치하고 있고, 삼존석불상과 하대석은 1977년 전북대학교박물관으로 옮겨져 유적 정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알려진 봉림사지에 대한 발굴조사의 의미와 문화적 가치, 후백제 역사 재조명 및 정비방안 등을 살펴보기 위해 본보는 ▲후백제 역사속에 봉림사지 의미(상) ▲봉림사지 복원 및 역사 재조명(하) 두 편으로 나눠 기획취재 보도한다.<편집자 주>
 

 “봉림동에서 성덕을 그리워하며 삼림에 거처하니, 아! 순임금, 무왕으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네. 때때로 바람이 일어 맑은 물소리가 멀리 들려와 그윽한 사람 태고적 심금을 울리네.” 이 시는 구영조(1880~1957)가 지은 것으로 봉림사가 위치한 봉림동의 경치를 보고 지은 시다.

 고산지(高山誌)에는 구 삼기초등학교 뒤편으로 인봉산 아래 남쪽사면에 위치한 봉림사는 후백제기 약 10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됐다.

 봉림사지에 있었던 석탑과 석등은 일본강점기 군산 개정(발산리)으로 옮겨졌으며 삼존불상은 현재 전북대 박물관에 보관, 관리되고 있다. 또 봉림사지 삼존불은 대좌와 광배를 갖춘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협시 보살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머리가 결실된 채 보존되고 있다.

 봉림사지 사찰이 위치했던 고산 삼기리 봉림골은 당시 도성이었던 전주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좀 더 동쪽으로 올라가면 운주와 경북 상주로 연결된다.

견훤은 상주출신의 신라사람이면서도 백제 의자왕의 원한을 갚는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후백제를 건국했다. 따라서 신라를 적대시했다.

 신라와의 잦은 전투가 벌어졌기 때문에 봉림사지는 비보사찰(裨補 寺刹)로써 후백제의 국운을 돕고 재앙을 막고자 불교신앙에 따라 세워진 사찰로 추정되고 있다.

 봉림사는 견훤의 고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으며 풍수지리적으로 앞에는 큰 내 하나가 있어 길이 흘러 맑고 주위의 봉우리는 읍하는 듯 둘러싸서 기괴하고 빼어남을 다투어 자랑하며 서로 사양하지 않으니 진실로 기절(奇絶)이라 할 수 있다(고산지 484쪽)고 적혀 있다.

 봉림사지에 대한 역사적 가치는 후백제 사찰중 전북 유일의 유산이란 점이다. 또 불상의 광배에서 볼 수 있는 통일신라 형식과 고식 즉, 삼국시대 백제양식이 결합되는 양상을 협시보살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견훤이 백제를 계승하고자 했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연상할 수 있다.(진정환 교수의 ‘후백제의 불교미술과 그 영향’ 참조)

 최근 봉림사지 일대는 도로개설과 분묘조성, 경작지 운영으로 인해 유적 원형 및 경관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2015년 8월 국비 7천만원을 들여 봉림사지 긴급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오층석탑(보물 제276호)과 석등(보물 제234호), 삼존불·하대석 등 반출 유물의 추정자리가 확인되었으며 사찰 가람 일부를 확인해 존재를 규명했다. 사찰의 존재가 밝혀짐에 따라 완주군은 봉림사지에 대해 역사재조명사업에 나섰다. 이때 600여㎡를 정밀조사를 완료했으며 이번 1차 발굴조사에서는 완주군비 1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천200㎡에 대한 정밀발굴조사에 나선다. 지난달 27일 착수해 오는 7월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1차 발굴에서 가장 큰 관심은 사찰의 잔존상태와 결실된 삼존석불의 불두와 석탑의 4층 옥개석, 석등 상층부 발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완주군 문화관광과 장기재 학예사는 “이번 조사는 지난해 긴급발굴조사에 이은 연차적 발굴조사로 후백제시기에 해당하는 층까지의 하강조사와 주변 시굴조사지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해 당대 사찰의 잔존상태와 범위, 관련 유물들을 확인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완주=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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