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 <5> 여성 경제인 육성
[전북경제] <5> 여성 경제인 육성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2.1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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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상에서 여성이 절반이라지만 전북의 경영자 성별을 보면 그렇지 않다. 여성이 대표로 활동하는 사업체 비중이 전체의 10% 안팎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로, 아직도 비즈니스 세계는 남성이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여성들의 산업계 진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회장 박영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만276명이었던 도내 여성 사업자는 이듬해 5만3천여 명으로 늘었고, 2013년엔 5만4천500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식으로 늘어나면, 올 연말엔 6만 명에 근접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몸집을 불려가는 도내 여성 기업인. 이들을 육성하는 방안이 전북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일이란 분석도 나온다.
 ■ 여성기업 현실은?: 전북지회 조사 결과 도내 여성기업들의 상당수는 성장기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회가 발표한 ‘2014년 전북 여성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여성기업 225개를 대상으로 특성조사에 나선 결과 ‘성장기’에 있는 기업이 40.0%로 가장 높고, ‘성숙기’(32.9%), ‘쇠퇴기’(17.9%),‘창업기’(9.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언뜻 볼 때, 성장기의 여성 기업이 많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는 환영할 일이 아니라 우려의 징후라는 지적이다. 창업과 성장 과정을 거쳐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생각해 보자. 성장기의 여성 기업이 많다는 말은, 조만간 쇠퇴기로 접어 들 기업이 많다는 뜻이 되는 까닭이다. 도내 여성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안정성 측면에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이 사라지지 않았고 올라가지 못할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며 “여성 경영인 스스로 여건을 타파해 나갈 선구자적 정신도 필요하지만 ‘여성이 무엇을 한다고?’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왜 여성기업 육성인가?: 남성 기업인에 비해 여성 기업인은 강점이 많다. 한 여성 기업인은 “여성만의 섬세함과 원리주의를 사업에 적용하면 기업 풍토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한 고객 만족도 제고와 여성기업의 신뢰성 향상도 강점 중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남성에 비해 여성 기업인이 훨씬 더 약속을 잘 지키는 등 대외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성 특유의 감성적인 제품 출시나 계획적이고 투명한 회사 경영, 비권위적 회사운영에 따른 임직원 간 비전 공유 등도 특장이랄 수 있다. 여성 경제인 K씨는 “여성 경제인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전북에 큰 활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 기업들의 정부지원 정책에 대한 인지율과 이용률이 낮은 현실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전북지회 조사 결과 도내 여성기업 활동 지원정책 중 자금 지원에 대한 인지율은 “잘 알고 있다(12.4%)”와 “들어본 적이 있다(49.4%)”는 응답자를 모두 포함해도 61.8%에 만족했다. 세제 지원 제도(47.9%)나 기술지원 제도(41.2%)에 대한 인지율은 이보다 낮았다.

 ■ 어떤 지원책 필요한가?: 박영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장은 지난달 19일 취임식에서 “소통과 융합으로 전북의 여성기업이 발전하는 우머노믹스(Women-nomics)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원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이익은 지역과 이웃에 환원하는 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전북지회는 여성 기업들의 판로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전북도는 ‘바이(BUY) 전북’이라는 브렌드를 통해 도내 기업들의 제품을 인증하고 있고, 공예품 전시장에 관련 제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 최초로 여성기업제품 전시장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전북지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판로확보와 경영 컨설팅 등 여성 기업을 지원할 다양한 사업을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성 경제인을 위한 제도적 지원장치를 강화하고 자금 지원을 원활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실제로 도내 여성 경제인들도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항으로는 ‘정부 자금조달(37.1%)’과 ‘행정절차의 간소화(16.4%)’, ‘규제 개혁과 철폐(15.7%)’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보고서는 이와 관련, “전북의 여성기업 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려면 광범위하고도 면밀한 조사 등 환경을 정비하고 정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법 손질해야” 주장도: 관련법이 애매모호해 지방의 여성 기업들의 눈물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 제9조(공공기관 우선 구매)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구매계획에 여성기업 제품의 구매계획을 포함해야 하며, 해당 구매계획을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관련 시행령 제7조는 “물품과 용역의 경우 각 구매총액의 5%, 공사의 경우 구매총액의 3%를 구매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관련법에 따라 전북도청과 각 시·군 등 도내 20개 공공기관은 여성기업 제품으로 구매하겠다며 지난 2014년에만 용역과 물품, 공사 등 1천500억 원의 구매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여성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토록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지만 “과연 순수한 여성제품 우선구매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성 기업인 S씨는 “현행 법률처럼 막연히 ‘해당 구매계획을 이행해야 한다’고 제시할 것이 아니라, 당초 구매계획에 별도의 여성기업 제품 몫 3~5%를 떼어 놓고 나머지에 대해 남성이나 여성을 가리지 않고 포괄적인 입찰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의 박 회장은 “공공기관부터 여성 기업을 위한 우선 구매 활성화에 적극 나서주었으면 한다”며 “조만간 각 기관을 돌며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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