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예산 3개월분 편성 전말
누리예산 3개월분 편성 전말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12.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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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의 급한 불을 껐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지난 12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일부를 내년도 수정 예산(안)에 편성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물론 이번 누리과정 예산 편성 예산 202억 원은 3개월 한시처방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되레 전북도의회와 전북어린이집연합회 등은 누리과정 무상보육의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연대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 3개월분 극적 합의: 지난 12일 김승환 도교육감이 전북도의회를 찾았다. 이틀 전 도의회 예결위를 방문한 자리에서 “누리 예산 편성을 위한 수정안 제출은 어렵다”고 말했던 터여서 그의 재방문에 주변은 바짝 긴장했다. 김 교육감은 도의회 의장실에서 김광수 도의장과 황호진 부교육감, 김종철 예결위원장, 양용모 교육위 위원장, 김옥례 전북어린이집연합회 회장 등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정부가 목적예비비 형식으로 교육청에 배정하기로 한 3개월 분의 누리과정 예산(202억 원)을 내년도 교육청 본 예산에 수정 편성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초읽기에 들어갔던 보육대란이 한숨을 돌리게 된 순간이다. 김 교육감은 회동 직후 “어제와 오늘 새벽 많은 고심 끝에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하기로 결정했다”며 “어린이집과 시도교육청은 법률상 어떠한 연관성도 존재하지는 않지만 교육감으로서 도의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책임이 아닌 정부의 책임인만큼 향후 의회와 어린이집 등과 공동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의회 김광수 의장도 “누리과정 예산문제는 전국 공통사항인만큼 전국 자치단체와도 같이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교육청을 비롯해 지역내 각 기관과 시민단체, 어린이집 등과도 연대해 누리과정 무상보육의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옥례 전북어린이집연합회장은 “길고 긴 싸움으로 힘들고 어려웠다”며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된만큼 다음주로 예정됐던 어린이집 집단휴원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험란하고 치열했던 과정: 누리과정 예산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전북 어린이집연합회도 집단휴원 등의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공립유치원의 경우 지원단가를 보면 매월 누리과정에 6만 원, 방과후 과정에 5만 원이고,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각각 22만 원과 7만 원이다. 지난 2013년엔 국비와 도비, 시군비, 도교육청 예산이 매칭돼 서로 부담을 했다. 총 635억 원 중 국비 187억 원에 도비 70억 원, 시군비 94억 원, 도교육청 부담 284억 원 등이다.

 작년엔 총 792억 원 중 국비(113억 원)와 지방비(60억 원), 도교육청 예산 619억 원으로 부담했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무상보육을 지방(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며 도교육청은 내년도 예산 817억 원을 편성하지 않아, 논란이 촉발됐다.

 도의회는 지난 11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공약 파기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급 기관과 연대해 누리과정 무상보육의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제,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간곡히 촉구했다. 우선 당장 내년 1월부터 보육대란이 일어나는 만큼 파국을 면하기 위해 김 교육감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김 교육감은 지난 10일 예결위의 출석요구에 참석,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있고 현 정부의 행태를 봤을 때 신뢰할 수가 없다”며 “수정안을 제출할 생각은 현재까지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교육감은 또 “아무리 정권이 저지른 일이라 하더라도 교육감으로서 고민이 많다”면서 “어린이집과 아이들, 학부모 피해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때만 해도 사태는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도의회는 김 교육감의 답변을 들은 다음날인 11일 긴급 회견에서 “김승환 도 교육감은 보육 대란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해당하는 누리 예산을 편성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김 교육감에 최후통첩했다.

 ■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도교육청이 누리 과정 예산을 담은 수정안을 도의회 예결위에 12일 제출함에 따라 15일 열릴 본회의에는 수정안 심의 결과를 올릴 예정이다. 급한 불은 진화했지만 그렇다고 누리 예산이 12개월 분 완전히 확보한 것은 아니어서 정부와 지방관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 시·도 교육청의 누리예산 편성은 최장 7개월(대구와 충남)에서 2개월까지 한시적으로 편성돼 있다. 전북과 같이 3개월만 편성한 곳은 인천, 서울, 강원, 제주 등 4곳이며, 광주의 경우 2개월 분만 편성해 놓았다. 도의회는 이날 극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연대 투쟁 약속을 했다. 누리과정 무상보육이 대통령 공약사업인데, 이의 파기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인 만큼 도교육청과 각 기관, 시민단체, 어린이집 등이 연대해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연대 투쟁을 이어갈 것이란 주장이다.

 김광수 도의회 의장은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책임과 노력이 시급하다”며 “도교육청이 수정안을 내서 급한 불은 껐으니 향후 대정부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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