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선택 아닌 필수
심폐소생술 선택 아닌 필수
  • 박진원 기자
  • 승인 2014.07.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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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병원 응급의학과 임상택 과장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

 

 “진우 아빠 아버님이 쓰러지셨어요”, “어떻게 해요”라는 전화를 받은 남편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남편은 “일단 119에 신고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주부 김모(45)씨가 갑자기 쓰러진 시아버지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우왕좌왕하는 사이 시간은 이미 수분이 흘러버렸다. 남편에게 전화한 순간부터 시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은 이미 흘러가고 있었다.

 심근경색 등으로 심정지가 생길 때부터 4분 동안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이다.

  김씨는 남편에게 전화하기보다는 119구급대에 먼저 신고하고 곧바로 심폐소생술( 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했어야 한다. 이렇듯 골든타임을 놓친 심정지 환자가 90%에 이른다. 따라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주위사람 중 누군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느냐가 생명을 좌우하게 된다.

 전주병원 임상택 과장을 통해 심폐소생술의 방법과 주의 사항에 대해 알아본다.

 

 ▲심정지 사망자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연간 심정지 환자는 2만5,000명 안팎으로 하루에 68명 정도가 사망한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에 달한다. 심정지의 발생은 예측이 어렵고 환자의 80%가 가정과 직장 등 의료인의 신속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심장 정지 발생 때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경우는 8.7%에 불과했다. 과거에 비해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지만 미국(33.3%), 일본(34.8%)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학교나 군대를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접하지만, 아직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직장인 대상 심장 정지 인지도 및 심폐소생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직장인 5명 중 4명(77.7%)은 동료가 쓰러져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4분 지나면 치명적

  도심 교통여건 등을 감안하면 구급대가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구급대원에 의한 환자의 소생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변인에 의한 심폐소생술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심폐소생술에 의한 소생률은 심장이 멈추고 1분이 경과 하면 97%, 2분이 경과 하면 90%, 3분 75%, 4분 50%, 5분 25%다. 4분이 지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해 소생해도 심각한 후유 장애가 발생하며 10분에 다다르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심정지 증상

  인간의 심장이 멈추면 반응이 없고 동공이 확대되며 얼굴, 사지 등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올 수도 있다. 짧은 경련이 있거나, 심정지호흡(가쁜 호흡)이 첫 수 분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심장보다 먼저 호흡이 정지된 후에는 한동안 심장은 뛰지만 호흡 정지가 길어지면 심장도 멈추게 된다.

 

 ▲심폐소생술의 순서와 방법

 

 1. 의식 유무를 확인한다.

  환자 옆에 앉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큰 소리로 “괜찮아요?”하고 물어보아 의식을 확인한다. 환자가 반응이 없고, 호흡이 없거나 심정지호흡(가쁜 호흡)처럼 비정상적인 호흡을 보인다면 심정지 상태로 판단한다. 구조자가 의료인이라면 동시에 10초 이내로 맥박을 확인하고 일반인이라면 맥박확인 없이 다음 행동을 시행한다.

 2. 119에 신고하고 자동제세동기(AED) 요청

  환자가 반응이 없고 호흡이 비정상적이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자동제세동기(AED)를 요청한다. 갑자기 발생한 심정지의 대부분은 심실세동에 의해 유발되며, 심실세동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전기적 제세동이다. 제세동 후 정상 심장박동으로 돌아올 확률은 심실세동 발생 직후부터 1분마다 7~10%씩 감소하므로 제세동은 심정지 현장에서 신속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자동제세동기는 의료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의 심전도를 자동으로 판독하여 제세동이 필요한 심정지를 구분해주며, 사용자가 쉽게 제세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3. 심폐소생술 시작( 가슴압박 - 기도유지 - 인공호흡)

  가슴압박 30회에 인공호흡 2회 비율로 최소 분당 100회 이상의 속도로 가슴을 압박한다.

 가슴압박은 흉골의 아래쪽 절반을 힘껏 빠르게 하고 완전한 흉부반동이 되게, 압박 중단은 최소로, 압박 깊이는 최소 5cm를 유지한다. 만일 심폐소생술을 교육받지 않은 경우,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흉부압박만 하는 흉부압박 심폐소생술만을 시행하면 된다.

 인공호흡은 입-입 인공호흡 방법으로 먼저 환자의 기도를 개방(머리 젖히고 턱 들어올리기)하고, 환자의 코를 막은 다음 구조자의 입을 환자의 입에 밀착시켜 ‘보통 호흡(구조자가 숨을 깊이 들이쉬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호흡과 같은 양을 들이쉬는 것)’을 1초 동안 환자에게 불어넣는 것이다. 인공호흡은 2회를 한다.

  자동제세동기가 도착하여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또는 119구조대가 환자를 보살필 수 있을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해야 한다.

 

 

 

▲ 임상택 전주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심정지가 발생 4-5분 경과하면 뇌 손상 시작


▲ 전주병원 임상택 과장
 심장 정지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심근경색이 심장마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인구 고령화와 이로 인한 심혈관질환의 증가로 심장 정지 발생 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심장이 정지된 환자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그러나 갑자기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처치(심폐소생술)를 통해 회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물에 빠진 사람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으로 인해 가정, 야외 어느 곳에도 위급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생명의 갈림길에 서고 주위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의 여부가 소생과 직결된다.

 심정지가 발생한 후 4-5분이 경과 하면 뇌 손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심정지를 목격한 일반인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환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뇌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 중 90%가 뇌손상을 입는다는 점이 우리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응급실도 아니고 구급대도 아니다. 병원과 구급대는 많은 경우에 사후 환자처리에 불과하다. 심정지 환자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아닌 주위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의 여부기 때문에 전 국민의 심폐소생술 습득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게 깊고 세게 누르면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드물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갈비뼈가 부러질 것을 두려워해서 흉부 압박을 너무 약하게 하는 것이 문제다. 심폐소생으로 인한 늑골이나 흉골 골절이 이차적으로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럽심폐소생위원회(ERC)가 만든 심폐소생 홍보 포스터 상단에 적혀 있는 문구를 소개하자면 크고 굵게 ‘계속하세요. 내 갈비뼈를 부러뜨려도 좋습니다(Go ahead, Break My Ribs)’. 그 밑엔 작은 글씨로 ‘운이 좋아 내가 살아난다면 내일 당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만일 심장 정지 상황을 목격하고도 심폐소생술을 하다 괜히 잘못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든다면 ‘선한 사마리아법(Good Samaritan law)’이 적용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선한 사마리아법은 응급처치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상해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도 감면해 주는 것으로 심폐소생술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박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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