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단풍의 백미 지리산 뱀사골의 가을
오색 단풍의 백미 지리산 뱀사골의 가을
  • 양준천 기자
  • 승인 2013.10.24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리산 단풍

 따스한 햇볕이 그리운 계절이다. 지리산의 뱀사골은 반달곰이 몸집을 불리는데 정성을 다하고 나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나뭇잎을 하나 둘 버릴 준비를 한다.

반달곰과 나무는 똑같은 겨울을 나는 데도 방법은 정반대다. 나무들은 잘 안다. 여름의 울창한 몸으로는 겨울을 날 수 없다는 것을 자칫 잘못하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무는 꼭 필요한 잎이 아니면 과감하게 버려 최소한의 몸집으로 겨울을 나려 한다. 무엇이든지 가지려고만 하는 인간과 달리, 버려야 산다는 진리를 나무는 이미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단풍’이다. 단풍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나무의 고뇌와 외로운 결단이 숨어 있다.

계절은 소리 소문 없이 온다고 했던가,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도 울긋불긋 가을 손님이 찾아왔다.

지리산 뱀사골 단풍은 주능선인 노고단-천황봉 상단부에서 하단부로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지리산 단풍은 지난 10일 전후로 산 정상에서 시작해 20-30일 사이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여름이 덥고 가을의 온도 차가 커서 그 어느 해 보다 단풍이 화려하고 예쁘다.

뱀사골은 우리나라 고갯길 중 가장 높은 1,130m에 위치해 있으며 9mk의 긴 계곡이다. 중간마다 자리 잡고 있는 소(沼)와 어울려 지리산 최고의 단풍으로 평가받고 있다. 뱀사골 단풍은 피아골 단풍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며 숲을 온통 불 지르는 듯한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붉은색 못지않은 노란색도 많아 전형적인 오색단풍 풍광의 백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 뱀사골 단풍 구경은 지리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에서 시작된다. 지리산 뱀사골 단풍 구경에 앞서 탐방안내소를 방문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는 지리산 탐방코스를 비롯한 주요 사찰, 주요 봉우리, 지리산의 옛 모습, 반달가슴곰 이야기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지리산 뱀사골 단풍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코스가 완만하고 잘 정비돼 가족단위 탐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리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에서 요룡대까지는 자연 탐방로로 되어 있어 어린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성인이라면 간장소까지 다녀오는 코스기 적당하다. 왕복시간은 오룡대(2.2km)까지는 1시간 30분,간장소(6.5km)까지는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뱀사골 계곡은 특히 ‘한국의 명수’로 꼽힐 만큼 맑고 깨끗해 오색단풍과 어우러져 눈과 귀 오감을 만족시켜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뱀사골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와운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된다. 와운마을은 한때 30여 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7-8가구가 산나물·버섯 채취와 민박 등을 운영하며 오손도순 살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겨울에는 워낙 춥고 눈이 많이 내려 몇몇 가구는 시내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돌아온다고 한다.

옛 정취가 그립다면 와운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시계를 1970년대로 뒤돌려 놓은 듯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70년 대까지만 해도 벼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했다고 한다.

와운마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지리산 수호신 천년송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천년송은 거친 비바람에도 늠름한 기상을 간직하고 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에 가지를 내어주는 아픔도 숱하게 겪었다.

천연기념물 424호인 천년송은 수령 500여 살로 키 20m, 팔 길이 18m에 이르는 거목이다.

마을 사람들은 천년송을 할머니 소나무라고 부르며 매년 정월 초 열흘날 마을의 안녕을 기리는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

남원=양준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